엄마가 대신 일기를 써주고, 인터넷에서 논문을 훔쳐서 베껴 쓰는 대학생은 요령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은 학력이 좋지만 실력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표절을 통해서는 글쓰기가 아니라 도적질 밖에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령을 피우면 결국 손해를 본다.
남의 숙제를 베끼는 아이들은 끝내 스스로 문제를 풀 능력을 얻지 못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점점 더 뒤로처지고, 요령을 편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우직하고 무식하게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는 사람만큼 견실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듯싶지만 남의 일까지 대신 다 하는 사람은 능력 또한 남의 몫까지 얻는다.
그러니까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미련하게 힘든 글쓰기가 요령 좋은 글쓰기를 이긴다.
_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중에서 ‘본질에 충실하자’와 ‘본질을 강화하자’라는 말은 뻔하게 들릴 법합니다.
필요한 경우에 요령도 피워야 합니다.
시험지 답안을 백지로 내는 것보다는 몰라도 뭔가를 취해야 합니다.
객관식이면 찍기라고 해야 하고, 서술형이라면 아무 말이라도 써서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피치 못할 경우에 해당될 뿐 요령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길게 가고, 견실하게 이길 생각이라면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잠시 하고 말 게 아니라 프로가 될 생각이라면 본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수험생들을 둘러보면 공부를 요령껏 하려는 친구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유명 강사가 찝어주는 문제 정도만 공부를 하는 겁니다.
아니면 수능/평가원 기출 문제를 공부했을 때 얄팍하게 3개년, 5개년치만 푸는 겁니다.
누군가는 20개년 가까이 푸는 데 말이죠. 대개 요령으로 적게 공부하는 친구들은 내신은 모르지만 수능 기준 성적이 그리 잘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제 제자 중에 그런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 있으면 그런 생각을 뜯어 고칩니다.
도둑놈 심보로 적게 공부해서 고득점을 바라는 제자가 있으면 혼냅니다.
최소량을 투자해서 높은 성적과 좋은 결과를 받기에는 힘듭니다.
본문 서두에 인용한 글쓰기든, 제가 가르치는 공부든,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일이든 간에 가끔은 요령으로 운 좋게 성공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성공의 대부분은 본질에 기반합니다.
요령으로 떼우겠다고 생각하면 계속 임시변통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본질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면 조금 더딜 수 있지만 그 꾸준함과 더불어 시간과 함께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요령도 살짝 익히긴 해야 합니다.
자원이 없거나 긴급할 때나 플랜B가 요구될 때는 가끔씩 요령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평상시에는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직하게 해야 합니다.
루틴을 정해서 매일 해야 합니다.
더욱 잘하고 싶다면 말이죠.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합니다.
남이 떠먹여 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공부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아이들보고 인강과 현강을 너무 많이 듣지 말라고 합니다.
며칠 전 어떤 제자가 수학 공부 시간 중 절반을 현우진 뉴런 인강으로 채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인강 듣는 시간 동안 많이 배웠다고 스스로 말하네요.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테스트할 겸 그 인강을 들었다는 부분의 개념과 관련된 문제를 냈더니 제자는 잘 못 풀더군요. 얘기를 했습니다.
“네가 수업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고 한 것은 결국 착각이다.
남이 떠먹여 준 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건 대리만족이야. 네 앞에서 누군가 설명을 쉽게 해주면 너는 바로 그것을 네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해는 금방 휘발된다.
중요한 것은 네가 직접 풀어내는 문제량이다.
남의 설명을 오래 듣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적당히 듣고 문제를 많이 풀어라. 네가 직접 적용하는 연습을 해야 그게 진정 네 것이 된다”세상만사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직접 부딪히고 깨달아야 합니다.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몸소’ 행해야 합니다.
요령껏, 몸과 정신이 편하게 가는 것은 장기적인 성장과는 관계 없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을 잠시 멀리하고 성장을 위해 번거롭고 지겹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